본문 바로가기

연당 자료방

서거정의 춘일(春日)

2012-05-01 08:39:47
언제 봄이였던가
곧바로 여름으로 진입
사람도, 정치도 날씨도 통제 불능이란다.
 
서거정 선생님의 봄이나 그려보는 수밖에
 
 서거정의 춘일
(삼도헌의 한시산책 224)

春日(봄날)                         徐居正(서거정)

 

金入垂楊 玉謝梅(금입수양 옥사매) 금빛은 수양버들에 들고 옥빛은 매화를 떠나는데

 

小池春水 碧於苔(소지춘수 벽어태) 작은 연못의 봄물은 이끼보다 푸르구나.

 

春愁春興 誰深淺(춘수춘흥 수심천) 봄 시름 봄 흥취 어느 것이 깊고 얕은가

 

燕子不來 花未開(연자불래 화미개) 제비도 오지 않고 꽃도 피지 않았는데.

 

 

글자풀이

 

 

 

금입(金入;황금빛이 들다),   금입수양(金入垂楊;황금빛이 나는 드리워진 수양버들),

옥사매(玉謝梅;흰매화가 가지에서 떨어짐),   벽어태(碧於苔;이끼보다 푸르다),

수심천(誰深淺;누가 깊고 얕은가),  연자(燕子;제비)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작가는 이 시에서 봄소식을 먼저 알리는 매화가 지고난 뒤, 금빛으로 물든 수양버들이

드리워져 봄이 깊어가는데 아직은 남쪽에서 제비도 날아오지 않고, 꽃도 만개하지 않은

봄날의 정취를 읊고 있다. 1구에서 버드나무의 황금색 잎과 매화의 순백색 꽃을 선명하게

부각시킴으로써 색채대비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매화와 버들은 비교적 일찍

봄소식을 전하는 봄의 전령사이면서 봄의 흥취를 전해주는 소재들이다. 그러나 아직은

제비도 날아오지 않고, 다른 꽃들도 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3구와 4구를 통해 드러낸다.

제비와 다른 꽃들은 시적화자가 기다리는 시름의 대상이다.

 

이 시는 중국의 열조시집列朝詩集에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도 인정한 작품이다.

또한 조선 초기 관각館閣문학의 대표자인 작가의 문학적 면모도 잘 보여주고 있다. 작자는

고려 말, 조선 초기 대학자 권근의 외손으로서 정치적으로도 승승장구했다. 세종조 이래

육조(六朝)를 거친 인물로서 45년간 벼슬살이를 했으며, 외직조차 나간 적이 없을 정도로

관운이 좋았다.

 

서거정은 탁월한 문학적 재능으로 주옥같은 한시도 여러 편 남겼다. 가는 점입가경의

봄경치를 아름다운 문학적 감수성으로 빚어내고 있다. 조선 초기 사가정이 본 봄경치를

음미하면서 깊어가는 봄으로 들어가 보시기 바란다.

 

서거정徐居正(1420 세종21488 성종19)

 

조선 전기의 문신이며 학자. 본관은 대구, 자는 강중剛中, 호는 사가정四佳亭, 시호는

문충文忠. 1444(세종26)식년 문과에 급제했고 사가독서 후 집현전 박사 등을 거쳐 1457

문신 정시에 장원, 공조참의 등을 역임. 1460년 사은사로 명나라에 다녀와서 대사헌에

올랐으며 1464년에 조선시대 최초로 양관 대제학이 되었다. 육조의 판서를 두루 지내고

좌찬성에 오르고 이듬해 좌리공신이 되고 달성군達成君에 책봉되었다. 45년간 6명의 왕을

섬겼으며 문장과 글씨에 능하여 경국대전, 동국통감, 동국여지승람, 편찬에

참여했다. 문집에 사가집, 저서에 동인시화, 동문선, 등이 있다. 성리학을

비롯하여 천문  지리  의학 등에도 두루 밝았다.    서예세상에서 가져옴

'연당 자료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일즉사(夏日卽事)  (2) 2023.03.15
연꽃 구경(賞蓮)  (2) 2023.03.15
삼수(三樹)중 일년 지계(之計)을 위해 모종을 심기 시작하다  (0) 2023.02.27
살구꽃(杏花)을 드립니다.  (0) 2023.02.27
24절기는  (0) 2023.02.27